암호화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그런데 막상 “스테이블코인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죠.
비트코인처럼 값이 널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달러와 완전히 똑같은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헷갈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그 궁금증을 한 번에 풀어드리겠습니다. 거기에 더해 2025년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암호화폐 연방 규제법이 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까지 같이 살펴봅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따라오세요.
1. 스테이블코인, 한마디로 뭐야?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1달러짜리 디지털 토큰.”
1 USDT = 1달러, 1 USDC = 1달러. 이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는 것이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입니다.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10~20%가 오르거나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생활 결제수단으로 쓰기가 어렵습니다. 오늘 커피 한 잔을 0.0001 BTC에 샀는데, 내일 그 BTC 가격이 두 배가 되어버리면 기분이 어떨까요? 반대로 반토막이 나도 문제고요.
스테이블코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블록체인의 장점(빠른 전송, 글로벌 이체, 24시간 운영)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가격 변동성만 없앤 것이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일상에서의 예를 들면
- 필리핀의 프리랜서가 미국 클라이언트로부터 USDC로 대금을 받으면, 은행 없이 몇 분 만에 수수료 거의 없이 돈이 들어옵니다. 은행 국제 송금은 보통 3~5 영업일에 수수료도 만만치 않죠.
-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팔고 잠시 관망할 때, 달러 현금 대신 USDT로 보유하면 거래소 안에서 그대로 대기할 수 있습니다.
- DeFi(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에서 이자를 받거나 대출할 때 기준 단위로 사용됩니다.
2. 스테이블코인의 종류 — 어떻게 “1달러”를 유지할까?
가격을 $1로 유지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각각의 방식이 다르고, 안정성도 다릅니다.
| 종류 | 설명 | 대표 코인 | 안정성 |
|---|---|---|---|
| 법정화폐 담보형 (Fiat-Collateralized) | 실제 달러나 미국 국채를 1:1로 보유 | USDT, USDC | 높음 |
| 암호화폐 담보형 (Crypto-Collateralized) |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를 초과 담보 | DAI | 중간 |
| 알고리즘형 (Algorithmic) | 알고리즘으로 공급량을 조절해 가격 유지 | TerraUSD (붕괴됨) | 낮음 (위험) |
법정화폐 담보형이 가장 대중적입니다. 발행사가 실제 은행 계좌에 달러나 미국 국채를 보관하고, 그 만큼만 코인을 발행합니다. 언제든 1 USDC를 가져오면 1달러로 교환해줍니다. 단순하고 명확하죠.
반면 알고리즘형은 2022년 Terra/LUNA 사태로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알고리즘만 믿고 실물 담보 없이 운영하다가 순식간에 코인 가치가 0에 수렴해버렸고, 수십조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에 불을 붙인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3. 지금 얼마나 쓰이고 있을까? — 생각보다 훨씬 큰 시장
2025년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해 있습니다.
-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약 3,000억 달러(약 420조 원) 이상 (DefiLlama 실시간 데이터)
- USDT (테더): 시가총액 약 1,590억 달러, 일일 거래량 1,000억 달러 이상
- USDC (서클): 시가총액 약 760억 달러, 2025년 6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그리고 2024년 기준, 스테이블코인의 연간 거래 규모가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합산 거래량을 넘어섰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실질적인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는 겁니다.
4.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뭔지 — 역사적 첫 법률
이름부터 뜯어보기
GENIUS Act는 약자입니다. 풀어쓰면:
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
(미국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국가 혁신 가이드 및 확립 법안)
2025년 5월 공화당 상원의원 빌 해거티(Bill Hagerty)가 발의했고, 같은 해 6월 17일 상원에서 68대 30이라는 초당적 찬성으로 통과, 7월 17일 하원에서 308대 122로 통과, 그리고 2025년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며 최종 발효됐습니다.
미국 역사상 암호화폐 관련 최초의 연방 법률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큽니다.
왜 이 법이 필요했을까?
그동안 스테이블코인은 규제의 회색지대에 있었습니다. 발행사마다 운영 방식이 달랐고, 소비자 보호 장치도 없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2022년 Terra/LUNA 붕괴처럼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시장이 굴러갔던 거죠.
미국 재무부와 금융당국은 이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깊숙이 파고든 상황에서, 규제 없이 계속 방치하면 금융 시스템 전체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5. 지니어스 법안의 핵심 내용 — 실제로 뭐가 달라지나?
법 조문은 복잡하지만, 핵심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1:1 완전 담보 의무 (100% Reserve Backing)
스테이블코인 1달러를 발행하려면 반드시 실물 1달러 상당의 자산을 보유해야 합니다. 허용되는 담보 자산은 다음으로 제한됩니다.
- 현금 및 연방준비은행 예치금
- 은행·신용조합 요구불예금
- 만기 93일 이하 미국 국채(T-bills)
- 단기 환매조건부채권(Repo/Reverse Repo)
- 정부 머니마켓펀드(MMF)
“담보가 있다”고 주장만 하고 실제로는 없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② 매월 공개 보고서 의무
발행사는 매달 보유 담보 자산 구성을 공개해야 합니다. 발행 잔액이 500억 달러 이상이면 연간 감사 재무제표도 제출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직접 “이 코인이 진짜 달러로 뒷받침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③ 발행 주체 제한 (Licensed Issuers Only)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주체는 다음으로 제한됩니다.
- 은행·신용조합(자회사 통해서)
- 연방준비제도(Fed)·FDIC·OCC 승인을 받은 비은행 금융기관
발행 잔액 100억 달러 초과 시 연방 감독 대상, 100억 달러 이하는 주(State) 규제 틀 아래 운영 가능합니다(단, 연방 기준과 ‘실질적으로 동등’해야 함).
④ AML·제재 준수 (Anti-Money Laundering)
발행사는 은행비밀법(Bank Secrecy Act)을 따라야 하며, 자금세탁방지(AML) 및 제재 준수 프로그램을 의무 운영해야 합니다. 또한 법적으로 요구받을 경우 특정 스테이블코인을 동결·소각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⑤ 소비자 보호 — 파산 시 우선권
발행사가 파산하더라도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의 청구권이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합니다. 즉, 회사가 망해도 내 스테이블코인 환급이 가장 먼저라는 뜻입니다.
⑥ 오해 조장 마케팅 금지
발행사는 자신의 스테이블코인이 “정부 보증”, “연방 예금보험(FDIC) 보호”, “법정화폐”라고 오해하게 만드는 마케팅을 금지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FDIC 보험 대상이 아니고 정부 보증도 아닙니다. 이걸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는 거죠.
주요 내용 한눈에 보기
| 항목 | 주요 내용 |
|---|---|
| 담보 | 1:1 완전 담보 필수 (현금, 국채 등 안전자산만 허용) |
| 보고 의무 | 월간 담보 구성 공개 / 대형 발행사 연간 감사 |
| 발행 주체 | 인가된 은행 또는 규제 승인 비은행 기관만 가능 |
| 규제 체계 | 100억 달러 초과 → 연방 / 이하 → 주(State) 선택 가능 |
| 자금세탁 | AML·제재 준수 의무 / 동결·소각 기능 필수 |
| 소비자 보호 | 파산 시 스테이블코인 보유자 청구권 최우선 |
| 분류 | 스테이블코인은 증권(Security)도, 상품(Commodity)도 아님 |
6. 이 법이 왜 중요한가 — 글로벌 관점에서 보기
달러 패권 유지 전략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USDT의 발행사 테더(Tether)는 이미 미국 단기 국채의 대형 보유자 중 하나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수록 미국 국채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죠.
일본과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경쟁 국가들의 움직임
미국만 규제를 만든 게 아닙니다. EU는 이미 2024년부터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정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고 있고, 홍콩도 2025년 5월 스테이블코인 조례(Stablecoin Ordinance)를 통과시켰습니다. 글로벌 디지털 화폐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겁니다.
비판적 시각도 있다
모든 사람이 환영하는 건 아닙니다. 소비자 단체 Consumer Reports는 “이 법이 충분한 소비자 보호를 제공하지 않으며, 빅테크 기업이 은행과 유사한 활동을 하면서도 은행보다 느슨한 규제를 받게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FDIC 보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대형 발행사가 문제가 생긴다면 그 파급효과가 금융 시스템 전반에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7. 주요 스테이블코인 비교 — USDT vs USDC, 뭘 써야 할까?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두 강자를 간단히 비교해봤습니다.
| 항목 | USDT (테더) | USDC (서클) |
|---|---|---|
| 발행사 | Tether Limited (홍콩 계열) | Circle Internet Group (미국) |
| 시가총액 | 약 1,590억 달러 (2025년 기준) | 약 760억 달러 (2025년 기준) |
| 거래량 | 압도적 1위, 일 1,000억 달러+ | 2위 |
| 투명성 | 과거 논란 있었음 (지금은 개선) | 높음 — 정기 감사, 공개 보고 |
| 규제 친화성 | 중간 | 높음 — NYSE 상장, 글로벌 라이선스 보유 |
| 추천 용도 | 거래소 거래, 유동성 필요 시 | 기관 결제, 안정성 중시 시 |
초보자라면 USDC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규제 투명성이 높고, 지니어스 법안 환경에서 가장 잘 맞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8. 스테이블코인,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
처음 스테이블코인을 써보고 싶다면 이렇게 시작하면 됩니다.
① 거래소 계정 개설
국내에서는 업비트(Upbit), 빗썸(Bithumb) 같은 원화 거래소에서도 USDT를 거래할 수 있습니다. 해외 거래소로는 Coinbase (USDC 발행사 운영)나 Binance가 대표적입니다.
계정 개설 시 KYC(Know Your Customer — 본인 인증)는 필수입니다.
② 원화 → USDT/USDC 구매
원화로 비트코인을 먼저 사고, 이를 스테이블코인으로 교환하거나, 직접 원화-USDT 거래쌍이 있는 경우 바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③ 지갑으로 전송 (선택)
거래소에서 바로 보유해도 되지만, 장기 보유나 DeFi 활용을 원한다면 MetaMask 같은 지갑으로 전송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MetaMask: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USDC, USDT 등)에 적합
- Trust Wallet: 멀티체인 지원, 입문자 친화적
- Ledger / Trezor: 하드웨어 지갑, 보안이 최우선일 때
④ 전송 시 네트워크 주의
USDT 하나만 해도 이더리움(ERC-20), 트론(TRC-20), BNB 체인 등 여러 블록체인에서 운영됩니다. 전송할 때 발신 지갑과 수신 지갑이 같은 네트워크를 써야 합니다. 다른 네트워크로 보내면 코인이 사라질 수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세요.
💡 팁: 처음엔 소액으로 테스트 전송을 먼저 해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9. 한국과의 관련성 — 나와 무슨 상관이야?
직접적으로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해외 송금과 결제: 해외 직구, 해외 프리랜서 활동, 유학생 생활비 송금 등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은행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국내 규제 영향: 한국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니어스 법안은 국내 규제 방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금융당국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금융 서비스 혁신: 국내 핀테크 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일상적인 결제 서비스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10. 스테이블코인의 리스크 — 장밋빛만은 아니다
좋은 점만 이야기하면 공정하지 않겠죠. 알아둬야 할 리스크도 있습니다.
FDIC 보험 미적용: 은행 예금은 최대 5,000만 원(미국 기준 25만 달러)까지 국가 보장이 됩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아닙니다. 발행사가 파산하면 원금 회수가 불확실해질 수 있습니다.
기술적 리스크: 스마트컨트랙트 버그나 해킹으로 인한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규제 변동성: 법이 생겼다고 해도 세부 규칙은 계속 바뀔 수 있고, 국가마다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은 위험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형은 피하세요: 2022년 Terra/LUNA 붕괴 사태에서 봤듯이, 실물 담보 없이 알고리즘으로만 가격을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은 극히 위험합니다. 지니어스 법안도 이 유형은 규제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했습니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암호화폐 마니아들만의 세계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5년 기준 시가총액 3,000억 달러를 넘어선 거대 시장이고, 미국 정부가 최초의 연방법으로 제도권 안으로 공식 편입시켰습니다.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의 핵심은 한마디로 “1달러짜리 코인이면 진짜 1달러가 뒤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하지만 이 원칙이 수십 조 원 규모의 시장에 처음으로 법적 강제력을 갖게 됐다는 게 중요합니다.
디지털 달러 시대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 흐름을 이해하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는 앞으로 꽤 큰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및 추가 읽기
– 백악관 공식 GENIUS Act 서명 발표
– 미국 의회 GENIUS Act 전문 (Congress.gov)
– FDIC 지니어스 법안 시행 규칙 제안 (2025.12)
– 세계경제포럼(WEF) – GENIUS Act 글로벌 영향 분석
– DefiLlama 스테이블코인 실시간 데이터
– CoinMarketCap 스테이블코인 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