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성 프로그래밍, 멀티스레드 환경에서 데이터 레이스나 데드락 때문에 밤새 디버깅한 경험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아예 컴파일 시점에 잡아주는 언어가 있다면 어떨까요? 바로 오늘 소개할 Pony(포니)가 그 답입니다.
Pony는 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Sylvan Clebsch가 박사과정 중 개발한 언어로, “빠르면서도 안전한 동시성 언어가 없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마치 Rust와 Erlang이 만난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 이 언어, 함께 살펴볼까요?

1. Pony가 특별한 이유: 컴파일러가 보장하는 안전성
Pony는 오픈소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로, 액터 모델(Actor Model)과 Capabilities-Secure 타입 시스템, 그리고 고성능을 특징으로 합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점은 ‘안전성’입니다.
데이터 레이스 프리(Data-Race Free)
Pony는 락(Lock)이나 아토믹 연산(Atomic Operations) 같은 것이 전혀 없습니다. 대신 타입 시스템이 컴파일 타임에 동시성 프로그램에서 데이터 레이스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합니다. 런타임 에러가 아니라 컴파일 에러로 잡힌다는 뜻이죠. 즉, 프로그램이 컴파일만 되면 데이터 레이스는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데드락 프리(Deadlock Free)
락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데드락도 발생할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죠. 락이 없으니 데드락도 없습니다.
메모리 안전성(Memory Safety)
댕글링 포인터(Dangling Pointer)나 버퍼 오버런(Buffer Overrun)이 없으며, null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는 C/C++로 개발해본 분들이라면 바로 이해하실 겁니다.
2. Reference Capabilities: Pony의 핵심 비밀병기
Pony의 가장 독특한 특징이자, 처음에 배울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Reference Capabilities(레퍼런스 능력, 이하 refcap)입니다. Pony의 타입 시스템은 레퍼런스 능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데이터 안전성을 타입 시스템의 일부로 만들었습니다. 변수의 타입에는 데이터를 액터 간에 어떻게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포함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변수를 선언할 때 단순히 타입만 지정하는 게 아니라 “이 데이터를 어떻게 읽고 쓸 수 있는지”도 함께 명시합니다.
6가지 Reference Capabilities
| Refcap | 이름 (Name) | 읽기 (Read) | 쓰기 (Write) | 로컬 별칭 | 전역 별칭 | 액터 간 전송 | 주요 사용처 |
|---|---|---|---|---|---|---|---|
iso | Isolated | ✅ | ✅ | ❌ | ❌ | ✅ | 독립적인 가변 데이터 |
trn | Transition | ✅ | ✅ | 읽기만 | ❌ | ❌ | val로 전환할 데이터 |
ref | Reference | ✅ | ✅ | ✅ | ❌ | ❌ | 일반적인 가변 데이터 |
val | Value | ✅ | ❌ | ✅ | ✅ | ✅ | 불변 공유 데이터 |
box | Box | ✅ | ❌ | ✅ | ✅ | ❌ | 읽기 전용 데이터 |
tag | Tag | ❌ | ❌ | ✅ | ✅ | ✅ | 액터 참조 (식별만) |
예를 들어, iso 변수를 가지고 있다면 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변수가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대로 변경하고 다른 액터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val은 불변 데이터 구조에 대한 참조입니다.
처음엔 복잡해 보이지만, 이게 바로 Pony가 컴파일 타임에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Pony 튜토리얼의 Reference Capabilities 섹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액터 모델(Actor Model): Pony의 동시성 모델
Pony에서는 모든 동시성이 액터 모델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액터는 비동기 메시징을 통해 통신하는 독립적인 계산 단위입니다. Erlang이나 Akka를 사용해보신 분들에게는 익숙한 개념일 텐데요, Pony만의 차별점이 있습니다.
액터(Actor)란?
액터는 클래스와 비슷하지만, behaviour(비헤이비어)라는 비동기 메서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일반 함수는 fun 키워드로, 비헤이비어는 be 키워드로 선언합니다.
actor Aardvark
let name: String
var _hunger_level: U64 = 0
new create(name': String) =>
name = name'
be eat(amount: U64) =>
_hunger_level = _hunger_level - amount.min(_hunger_level)
비헤이비어를 호출하면 메서드 본문이 즉시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어느 시점에 실행됩니다. 하지만 각 액터는 한 번에 하나의 비헤이비어만 실행하므로 순차적입니다. 즉, 액터 내부에서는 동기화 걱정 없이 코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왜 액터가 효율적일까?
스레드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컨텍스트 스위칭(Context Switching) 문제, 각 스레드가 필요로 하는 스택 메모리, 그리고 스레드 안전 코드를 작성하기 위한 수많은 락과 메커니즘들이 필요하죠. 하지만 액터는 정말 저렴합니다. 객체 대비 액터의 추가 비용은 약 256바이트의 메모리뿐입니다. 킬로바이트가 아니라 바이트입니다!
Pony 런타임은 사용 가능한 CPU당 하나의 스케줄러를 가지며, 액터별 힙(Per-Actor Heap)을 사용하여 가비지 컬렉션 중에도 “Stop the World” 단계가 없습니다. 이는 프로그램이 항상 어떤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일관된 성능과 예측 가능한 지연시간을 제공합니다.
수십만 개의 액터를 사용하는 Pony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입니다.
4. 설치 방법: ponyup으로 간편하게 시작하기
Pony를 시작하려면 먼저 컴파일러(Compiler)를 설치해야 합니다. 가장 권장되는 방법은 ponyup이라는 툴체인 관리자(Toolchain Multiplexer)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Linux/macOS에서 설치
터미널(Terminal)에서 다음 명령어를 실행하세요:
# 1. ponyup 설치
curl --proto '=https' --tlsv1.2 -sSf \
https://raw.githubusercontent.com/ponylang/ponyup/latest-release/ponyup-init.sh | sh
# 2. 경로 설정 (PATH 환경 변수에 추가)
export PATH=$HOME/.local/share/ponyup/bin:$PATH
# 3. Pony 컴파일러 설치
ponyup update ponyc release
# 4. 설치 확인
ponyc --version
기본적으로 ponyup은 $HOME/.local/share/ponyup/bin에 설치됩니다. 경로 설정을 영구적으로 만들려면 .bashrc 또는 .zshrc 파일에 export 명령어를 추가하세요.
Windows에서 설치
Windows 사용자는 먼저 Visual Studio 2022 또는 2019(또는 Microsoft C++ Build Tools)를 설치해야 합니다. “Desktop Development with C++” 워크로드(Workload)와 최신 Windows 11 SDK (11.x.x.x)를 설치해야 합니다.
그 다음:
- ponyup GitHub 릴리스 페이지에서 Windows 설치 프로그램 다운로드
- 설치 프로그램 실행
- 명령 프롬프트(Command Prompt)에서
ponyup update ponyc release실행
Docker 사용 (추천)
개발 환경 설정이 번거롭다면 Docker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Pony Docker 이미지 다운로드
docker pull ponylang/ponyc
# Docker 컨테이너에서 컴파일
docker run -v $(pwd):/src/main ponylang/ponyc
2025년 10월 기준으로 Pony 0.60.0 버전이 출시되었으며, musl 기반 컨테이너 이미지로 전환하고 AMD64와 ARM64 멀티 아키텍처 지원을 개선했습니다.
5. Hello World로 시작하는 Pony 프로그래밍
자, 이제 실제로 코드를 작성해볼까요? 전통적인 “Hello, world!” 프로그램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프로젝트 생성
mkdir helloworld
cd helloworld
디렉토리 이름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됩니다. 프로그램이 컴파일되면 실행 파일(Executable Binary)은 기본적으로 디렉토리 이름과 동일한 이름을 갖습니다.
main.pony 파일 작성
main.pony 파일을 만들고 다음 코드를 입력합니다:
actor Main
new create(env: Env) =>
env.out.print("Hello, world!")
Pony 프로그램은 반드시 Main 액터를 가져야 합니다. C/C++의 main 함수, Java의 main 메서드와 같은 역할입니다.
컴파일 및 실행
# 컴파일 (현재 디렉토리)
ponyc
# 실행
./helloworld
출력:
Hello, world!
컴파일러는 현재 디렉토리와 내장 라이브러리(builtin)를 빌드하고, 코드를 생성하고, 최적화(Optimizing)하고, 오브젝트 파일(Object File)을 만들고, 필요한 라이브러리와 링크(Linking)하여 실행 파일을 만듭니다. Pony는 빌드 시스템(Build System, make 같은)이 필요 없습니다. 컴파일러가 모든 것을 처리합니다.
코드 설명
Main 액터는 create라는 생성자(Constructor)를 가지며, Env 타입의 단일 매개변수를 받습니다. 이것이 모든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actor Main: Main 액터 정의new create(env: Env): 생성자 (이름이 create)=>: 생성자 본문(Body) 시작env.out.print(...): 표준 출력(stdout)에 출력
Env는 프로그램이 실행된 “환경(Environment)”을 나타냅니다. 즉, 명령줄 인수(Command Line Arguments), 환경 변수(Environment Variables), stdin, stdout, stderr를 포함합니다. Pony에는 전역 변수(Global Variables)가 없으므로 이런 것들이 명시적으로 프로그램에 전달됩니다.
6. 실제 예제: 카운터 액터로 동시성 이해하기
좀 더 실용적인 예제를 볼까요? 여러 번 카운터를 증가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use "collections"
actor Counter
var _count: U32
new create() =>
_count = 0
be increment() =>
_count = _count + 1
be get_and_reset(main: Main) =>
main.display(_count)
_count = 0
actor Main
var _env: Env
new create(env: Env) =>
_env = env
// Counter 액터 생성
let counter = Counter
// 10번 증가
for i in Range[U32](0, 10) do
counter.increment()
end
// 결과 받기
counter.get_and_reset(this)
be display(result: U32) =>
_env.out.print("Count: " + result.string())
파일 저장 및 실행
# counter 디렉토리 생성
mkdir counter
cd counter
# 위 코드를 main.pony로 저장
# 컴파일 및 실행
ponyc && ./counter
출력:
Count: 10
코드 설명
var _count: U32: 가변 상태 (underscore는 private을 의미)be increment(): 비동기 비헤이비어 – 카운트 증가be get_and_reset(main: Main): 결과를 Main에게 전달for i in Range[U32](0, 10) do: 0부터 9까지 반복counter.increment(): 비동기 메시지 전송
Pony는 메시지 순서 보장(Message Ordering Guarantee)이 있습니다. 같은 액터에서 보낸 메시지들은 순서대로 처리됩니다. 따라서 10번의 increment() 호출이 모두 순차적으로 처리되고, 그 다음 get_and_reset()이 호출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
- 데이터 레이스 걱정 없음: 액터 내부는 순차적으로 실행
- 동기화 불필요: 락이나 뮤텍스(Mutex) 없이 안전
- 타입 안전: 컴파일러가 안전성 보장
7. Pony를 배우기 위한 리소스
공식 문서
- Pony 공식 웹사이트 – 메인 홈페이지
- Pony 튜토리얼 – 체계적인 학습 자료
- Pony Patterns – 실전 패턴 모음 (쿡북 스타일)
- 표준 라이브러리 문서 – API 레퍼런스
커뮤니티
- GitHub 저장소 – 소스 코드와 이슈 트래킹
- Zulip 커뮤니티 – 실시간 도움말 (채팅)
- 공식 블로그 – 최신 소식
브라우저에서 바로 시도 Pony Playground에서 설치 없이 바로 Pony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해볼 수 있습니다.
8. Pony는 누구에게 적합할까?
Pony를 선택하기 전에 도구의 적합성을 다른 솔루션의 성숙도와 비교해야 합니다. Pony는 복잡한 동시성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적합한 솔루션입니다. 동시성 애플리케이션이 Pony의 존재 이유입니다.
Pony가 좋은 선택인 경우:
- 고성능 동시성 시스템 개발
- 스트리밍 데이터 처리 (Streaming Data Processing)
- 분산 시스템 (Distributed Systems)
- 금융 거래 시스템 (FinTech)
- 네트워크 서버 (Network Servers)
-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Pony가 과할 수 있는 경우:
- 단순한 스크립팅 작업
- 단일 스레드로 충분한 애플리케이션
- 빠른 프로토타이핑이 필요한 경우
- 동시성이 필요 없는 CRUD 애플리케이션
Wallaroo Labs에서는 Pony로 고성능 분산 스트림 프로세서(Distributed Stream Processor)를 개발했습니다. 실제 프로덕션 환경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입니다.
9. Pony의 한계와 고려사항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Pony도 완벽한 언어는 아닙니다.
배우기 어려운 Reference Capabilities
Reference Capabilities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Pony를 배울 때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이는 매우 외래적인 개념처럼 보이며,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면서 Pony가 “타입 시스템이 너무 많다”거나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새로운 개념일 뿐이고, 강타입 언어(Strongly-Typed Language)와 동시성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다면 훨씬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생태계 성숙도
Pony는 아직 1.0 버전 이전(Pre-1.0)이며, 때때로 호환성을 깨는 변경사항(Breaking Changes)이 도입됩니다. 라이브러리 생태계도 Python이나 JavaScript처럼 방대하지는 않습니다.
문서와 예제
공식 튜토리얼은 훌륭하지만, 실전 예제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s)는 아직 부족한 편입니다. 커뮤니티가 작지만 매우 친절하므로,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Zulip에서 질문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성능 트레이드오프
백프레셔(Backpressure) 처리가 없어서, 프로듀서가 액터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빠르게 메시지를 보내면 메모리 부족(OOM)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10. Pony의 철학: “Get Stuff Done”
Pony의 철학은 Richard Gabriel의 “the-right-thing”도 아니고 “worse-is-better”도 아닌 “get-stuff-done”입니다.
우선순위는 이렇습니다:
- 정확성(Correctness): 부정확함은 절대 허용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면 작업을 완료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 성능(Performance): 런타임 속도는 정확성 다음으로 가장 중요합니다. 프로그램이 작업을 빨리 완료할수록 좋습니다.
- 단순성(Simplicity): 성능을 위해 희생 가능합니다. 인터페이스가 구현보다 단순한 것이 더 중요합니다.
- 일관성(Consistency): 단순성이나 성능을 위해 희생 가능합니다.
- 완전성(Completeness): 다른 모든 것을 위해 희생 가능합니다. 나중에 모든 것을 완료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일부를 완료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 철학이 Pony의 설계 결정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타입 시스템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정확성과 성능을 위한 선택입니다.
마치며…
Pony는 동시성 프로그래밍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한 언어입니다. 런타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컴파일 타임에 잡아내고, 액터 모델과 Reference Capabilities를 통해 안전하면서도 빠른 동시성 코드를 작성할 수 있게 해줍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왜 다른 언어들은 이렇게 안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력합니다. 특히 복잡한 동시성 문제를 다뤄야 한다면, Pony는 분명 검토할 가치가 있는 선택지입니다. 현재도 활발하게 개발이 진행 중이며, 멀티 아키텍처 지원과 성능 개선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1.0 이전이지만, 실제 프로덕션 환경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니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공식 커뮤니티에서 언제든 질문해보세요. Pony 커뮤니티는 작지만 매우 친절하기로 유명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