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트에서는 최근 금융권을 넘어 우리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IT 기술 트렌드, 바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많은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CBDC,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요? 장밋빛 전망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은 없을까요? 조금은 분석적이지만 심도 있고 체계적으로 CBDC의 모든 것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만약 CBDC를 조금 더 가볍게 풀어 쓴 내용을 보고 싶다면 아래 포스트로 한 번 가보세요. 특히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의 진행상황도 알 수 있어요!)

한국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상황: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

 

1. CBDC, 그게 뭔가요? 왜 갑자기 뜨거운 감자가 되었죠?

간단히 말해,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의 디지털 버전입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지폐나 동전처럼 국가가 가치를 보장하지만, 물리적인 형태가 아닌 전자적인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CBDC 연구와 도입에 속도를 내는 걸까요?

  • 민간 디지털 화폐와 플랫폼 기업의 부상: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고,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인 지급 결제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그 영향력이 막대해졌습니다. 특히 주요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민간 발행 디지털 화폐, 특히 스테이블 코인 등이 너무 커지면 기존 법정 화폐를 대체하고 국가의 통화 정책이나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CBDC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응 수단 중 하나로 등장했습니다.
  •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고 현금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공적인 성격의 전자 지급 수단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 비효율적인 국제 결제 시스템: 현재 나라 간 돈을 주고받는 과정은 여전히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G20 등 국제 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각국의 CBDC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CBDC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 도입을 넘어, 현재의 금융 환경 변화와 미래의 지급 결제 시스템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CBDC-BOK

 

2. CBDC,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설계 방식에 따른 영향

CBDC가 우리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중앙은행이 CBDC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CBDC 운영 체계를 세 가지 핵심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해 보겠습니다.

  • 기본 체계: 누가 발행하고 관리할까?
    • 직접 방식: 중앙은행이 CBDC를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가진 CBDC는 중앙은행의 빚(부채)이 되므로, 현재의 현금처럼 가장 높은 수준의 공공성, 중립성, 안정성을 갖습니다. 민간 디지털 화폐와의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지만, 스마트 계약 등 새로운 지급 결제 서비스 성장을 촉진하며 민간 부문을 보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대부분 이 방식을 선호합니다.
    • 간접 방식 (sCBDC): 민간 기업이 자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발행액의 100%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중앙은행의 빚이 아니므로 중앙은행이 지급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민간 주도의 ‘협의의 은행(narrow banking)’ 시스템에 가깝죠. 하지만 민간 기업의 이윤 추구 목적과 사회적 목표가 다를 수 있고, 지급 결제 시스템의 독과점이나 지나친 파편화, 가치 불안정성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어 중앙은행들이 선호하지 않습니다.
  • 자산 성격: 이자를 줄까 말까?
    • 현금형: 현재 현금처럼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CBDC입니다. 주로 현금을 대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전자 결제가 늘면서 ‘간편 결제’ 등 지급 결제 대행 서비스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이자 지급형: 예금처럼 이자가 지급되는 CBDC입니다.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파급 효과를 높이고 거시 경제 안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한국처럼 요구불/수시입출금 예금 금리가 정책 금리에 덜 민감한 경우, 이자 지급형 CBDC가 정책 금리 영향력을 높일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불편한 진실’이자 우려 사항은행 예금이 이자 지급형 CBDC로 이동하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 기반이 약화되고 대출 여력이 줄어들어 금융 중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연구는 불완전 경쟁 환경의 은행 부문에선 오히려 금융 중개 기능을 활성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지만, 주요 우려임은 분명합니다.
  • 대외 거래: 외국에서도 쓸 수 있나?
    • 외환 거래 체계 개편 연계: 각국의 CBDC 시스템을 서로 연결하여 국가 간 외환 거래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입니다. 현재 시스템보다 **효율성(비용, 속도, 투명성 개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시스템 연계 방식에 따라 상당한 시간과 국제적인 조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일반 비거주자 접근 허용: 우리나라 CBDC를 외국에 사는 개인(비거주자)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 통화에 대한 해외 수요를 늘리고 외환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로 인해 자본 유출입과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스템 설계 시 보유 한도, 사용 국가 제한 등 외환 정책적 고려 사항을 반영해야 합니다.

 

3. CBDC의 양날의 검: 기회와 ‘불편한 진실’로서의 위협 요인

CBDC는 분명 많은 잠재적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가 마주해야 할 ‘불편한 진실’과 같은 위협 요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CBDC 도입의 이점:

  • 금융 효율성 제고 및 거래 비용 절감: 거래 과정이 단순화되어 비용이 줄고 전반적인 금융 시스템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 금융 포용성 확대: 은행 계좌가 없거나 금융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 소외 계층에게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통화 정책 효과 증대: 특히 이자 지급형 CBDC의 경우, 통화 정책의 파급 효과를 높이고 비전통적인 정책 수단(예: 마이너스 금리) 활용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습니다. 위기 시에는 민간에 대한 자금 공급을 더욱 신속하고 직접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지하 경제 양성화 기여: 디지털 형태로 거래 내역이 기록되기 때문에 불법 자금 추적이 용이해지고 조세 추적을 통한 세수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 지급 결제 시스템 경쟁 촉진: 민간 디지털 화폐 부문에 경쟁 압력을 높이고, 스마트 계약 등 새로운 서비스 성장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 대외 거래 효율성 개선: 국가 간 CBDC 연동 시 국제 송금 비용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CBDC 도입의 위협 요인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불편한 진실’):

  • 개인 정보 침해 가능성: 익명성이 제한될 경우,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단일 원장 방식의 경우 중앙은행으로 정보가 집중되어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
  • 시중 은행의 위기 및 금융 중개 기능 약화: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는 CBDC로 예금이 대거 이동할 경우, 은행의 자금 조달 기반이 약화되어 대출 여력이 줄고 금융 중개 기능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민간 부문의 신용 창출을 제약하여 실물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기존 지급 결제 산업의 타격: CBDC 전자지갑을 통한 직접적인 P2P(개인 간) 결제가 활성화되면, 카드사나 간편 결제 회사의 수익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소액 결제 시스템 운영 기관의 필요성이 크게 약화될 수 있습니다.
  • 디지털 취약 계층 소외 심화: 금융 포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 이면에는,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노년층 등에게는 오히려 또 다른 금융 소외를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 중앙은행의 운영 리스크 확대: 중앙은행이 직접 또는 지원하여 거래가 확대되면 운영 리스크 발생 경로도 확대될 수 있습니다.
  • 외환 시장 변동성 확대: 비거주자의 CBDC 보유 허용 시 국제 자본 이동과 관련된 정책적 대응 능력이 제약될 수 있으며, 자본 유출입 및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CBDC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여러 도전 과제와 ‘불편한 진실’들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 중개 기능 약화 문제는 가장 핵심적인 논의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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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달러화 심화나 위안화 국제화는 과장된 측면도 있다??

일각에서는 주요 기축 통화국(미국, 유로존 등)의 CBDC가 발행되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면 해당 통화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져 ‘달러화 현상(dollarization)’이 심화되거나, 중국의 CBDC(e-CNY) 도입이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에 대해 다소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 달러화 현상: 과거 달러화 현상은 주로 인플레이션 등으로 통화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들에서 나타났습니다. 거시 경제가 안정적인 국가에서는 환율 변동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외화를 일상적으로 쓸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달러화 현상이 광범위하게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주로 통화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주요국들이 자금 세탁 방지 등에 신경 쓰는 만큼 개인 수준에서의 접근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 위안화 국제화: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외환 시장 개입을 통해 통화 정책을 통제해 왔는데, 위안화 국제화는 자국 통화 수요와 환율 변동성을 확대시켜 이러한 정책 기조와 상충될 수 있습니다. 중국 CBDC의 주요 목적이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민간 지급 결제 시스템 성장으로 약화된 정부의 자금 흐름 통제력과 모니터링 능력 회복에 있다고 보며, 위안화 국제화는 주요 목표가 아니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국제 금융 시장에 CBDC가 영향을 미치겠지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달러화 심화, 위안화 국제화 등)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5. 우려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 금융 중개 기능 약화에 대한 보완 방안

이자 지급형 CBDC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우려인 금융 중개 기능 약화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 보유 한도 설정: 개인이 가질 수 있는 CBDC 금액에 상한을 두어 예금의 CBDC 대규모 이탈을 제한하는 방법입니다.
  • 금리 조절: CBDC 금리를 일반 예금보다 낮게 설정하거나, 보유 금액에 따라 다른 금리를 적용하는 **’차등 금리 체계’**를 활용하여 CBDC의 예금 대체성을 줄이는 방안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평균 현금 보유액 등을 고려하여 3,000유로 내외를 차등 금리 적용의 기준점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 중앙은행의 시중 은행 대출: 은행의 유동성 감소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은행에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 자동 이체 대출 (Pass-through funding): 사용자가 은행 예금을 CBDC로 전환하면, 중앙은행이 그 금액만큼 은행에 즉시 대출해주는 방식입니다. 은행의 유동성 변화를 막고 금융 불안 시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출에 수반되는 담보 확보 부담과 안전 자산 부족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 CBDC 준비금 담보 대출 (새로운 대안): 금융기관이 사용자의 CBDC를 **’CBDC 예금’ 형태(은행의 전자지갑에 보관)**로 받고, 은행은 이를 중앙은행에 **’CBDC 준비금’**으로 예치합니다. 중앙은행은 이 CBDC 준비금을 담보로 은행에 자동적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은행이 담보 확보 부담을 덜면서 금융 중개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방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사용자들이 CBDC를 중앙은행 직접 계정이 아닌 금융기관의 CBDC 예금 계정(전자지갑)에 예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은행들은 편리하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연계한 전자지갑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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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CBDC의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은?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CBDC는 아직 연구나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국은행(Bank of Korea)도 올해 하반기부터 시험 운용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여 내년 하반기까지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CBDC 도입은 중장기적으로 통화 정책, 금리, 외환, 금융 산업 전반에 다각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공성, 중립성, 안정성이 높은 직접 방식이 현실적으로는 바람직해 보이며, 통화 정책 유효성을 위해 이자 지급형 운영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글로벌 외환 거래 체계 개편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며, 금융 중개 기능 약화 같은 우려에 대해서는 CBDC 준비금 담보 대출과 같은 다양한 보완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CBDC가 우리의 금융 생활과 산업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각국의 운영 방안과 글로벌 협력의 진행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CBDC는 단순한 화폐 기능을 넘어 금융 시스템 아키텍처 전반을 재설계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다양한 기술적 선택(분산 원장 기술 등)과 정책적 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그 결과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 한국은행(Bank of Korea)도 앞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CBDC 설계 방식 논의와 시험 운용 결과를 꾸준히 지켜보며,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유연하게 대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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