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CBDC’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되죠? 그런데 이번엔 정말 특별한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 세계 최초로 CBDC 실거래 테스트를 시작했다는 것!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이라는 이름으로 2025년 4월부터 1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 혁신적인 디지털 화폐가 우리에게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려스러운 측면들은 없는지 한 번 알아보려고 합니다.

(지난번 작성한 포스트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란? CBDC의 불편한 진실!”의 경우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잖아 있어, 이번에는 조금 더 쉬운 내용으로 우리나라 상황에 집중하여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혹시 지난번 포스트를 보시려면 아래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란? CBDC의 불편한 진실!

 

1. CBDC, 도대체 뭘까요?

CBDC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줄임말로, 우리말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입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전자화폐로 중앙은행내 지준예치금이나 결제성 예금과는 별도로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새로운 화폐를 말해요.

쉽게 말하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현금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CBDC는 형태만 전자적인 것일 뿐 가상화폐가 아니라 진짜 화폐이거든요. 따라서 현금과 마찬가지로 가격 변동이 적고 안정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CBDC의 두 가지 형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은행 등 예금취급 금융기관에 대해서만 발행하는 ‘도매 디지털화폐’와 개인 등 민간 경제주체들에게도 발행하는 ‘소매 디지털화폐’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도매 CBDC: 은행 간 거래에만 사용
  • 소매 CBDC: 일반인들이 직접 사용 가능한 형태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소매 CBDC입니다.

 

2. 한국의 CBDC 여정 – 5년간의 치밀한 준비 과정

한국은행은 2020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5년 동안 CBDC 개발에 전력을 다해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CBDC를 추진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CBDC-BOK-프로젝트-한강

한국은행 CBDC 개발 타임라인

2020년: 연구개발 본격 시작

  • 경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현금 이용 감소에 선제적 대응

2021년 8월~12월: 1단계 모의실험

  • 카카오 그라운드X가 사업자로 선정 (클레이튼 블록체인 기반)
  • CBDC 기본 기능 구현 및 테스트
  • 제조-발행-유통-환수-폐기 등 전체 생명주기 실험

2021년 12월~2022년 6월: 2단계 모의실험

  • 확장 기능 개발 및 테스트
  • 오프라인 결제 기능 (인터넷 단절 상황에서도 NFC로 거래)
  • NFT 등 디지털자산과 CBDC 연계 거래
  • 국경간 송금 서비스 프로토타입 개발

2022년 7월~12월: 모의실험 2단계 완료

  • 종합보고서 발간 및 결과 분석

2023년 10월~: 금융기관 연계실험

  • 실제 서비스 환경과 유사한 환경에서 테스트
  • 시중은행들과 협력하여 활용성 검증

2024년 4월~: 국제협력 프로젝트 시작

  • 아고라 프로젝트 (BIS와 공동)
  • 만달라 프로젝트 참여

2025년 4월~6월: 디지털화폐 활용성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

  • 세계 최초 기관용 CBDC 기반 실거래 테스트

기술 파트너십의 비밀

한국은행 CBDC의 기술적 기반이 되는 것은 카카오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 블록체인입니다. 그라운드X는 2021년 7월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 사업자로 선정되었는데, 이때 경쟁했던 기업들이 네이버 라인플러스와 SK C&C였어요.

그라운드X가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강력한 협력사 네트워크였습니다:

핵심 협력사들:

  • 컨센시스(Consensys):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가 설립한 미국 블록체인 기업, 싱가포르·호주·태국 등 해외 CBDC 사업 경험 보유
  • 카카오뱅크 & 카카오페이: 디지털 네이티브 금융 서비스 경험
  • KPMG: 프로젝트 관리 및 컨설팅
  • 에스코어: 삼성SDS 자회사, 시스템 통합
  • 온더: 확장성 솔루션 (토카막 네트워크)
  • 코나아이: 오프라인 CBDC 카드 기술

프로젝트 한강 – 세계 최초의 실거래 테스트

2025년 4월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한강’은 정말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한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기관형 디지털화폐와 예금 토큰을 기반으로 한 이런 실거래 테스트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초”라고 하니까요.

프로젝트 한강의 구체적 내용:

참여 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BNK부산은행 등 7개 은행

사용 가능한 곳:

  • 오프라인: 교보문고 전 매장, 세븐일레븐 전 매장(무인점포 제외), 이디야커피 100여 개 매장(부산·인천 중심), 농협하나로마트 6개점
  • 온라인: 현대홈쇼핑, 땡겨요, 모드하우스 등

이용 한도: 1인당 예금토큰 보유 한도 100만원, 테스트 기간 총결제 한도 500만원

특별한 바우처 프로그램:

  • 서울시: 청년문화 바우처 (중위소득 150% 이하 20~23세 대상)
  • 대구시: 보육 바우처 (학부모 대상 육아용품 구매)
  • 신라대학교: 청년·소상공인 지원 바우처 (신입생 대상)

기술적 혁신과 차별점

한국의 CBDC는 단순한 디지털화폐가 아닙니다. 여러 기술적 특징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운영 방식: 중앙은행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고, 민간 금융기관이 이를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발행하여 일반인에게 유통시키는 방식. 이는 기존 금융시스템과의 조화를 추구하면서도 혁신을 도모하는 절충적 접근법입니다.

오프라인 결제 기능: 인터넷 통신망이 단절된 상황에서도 NFC(근거리무선통신) 등을 통해 거래할 수 있는 기능. 재난 상황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에요.

클레이튼 블록체인 기반: 카카오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여 높은 처리 속도와 안정성을 확보. 하루 24시간 365일 안정적 운영이 가능합니다.

글로벌 호환성: 컨센시스의 쿼럼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향후 해외 CBDC와의 호환성도 고려하고 있어요.

실제 현장의 반응들

프로젝트 한강에 참여한 테스터들과 관련 업계의 반응은 어떨까요?

긍정적 반응들:

  • “기존 카드 결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사용하기 편하다”
  • “수수료가 없어서 소상공인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 “바우처 기능이 편리하다. 별도 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 좋다”

우려의 목소리들: 테스트에 참여한 일부 은행 관계자는 “전자지갑에 예금 토큰을 넣는 것이나 인터넷뱅킹에 돈을 예치하는 것이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에 굳이 도입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또 일부 은행 관계자들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열풍으로 인해 디지털 화폐를 체험해보고 싶은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는 있겠다”면서도 “고령층의 경우 관심이 적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평가 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 후속 계획

한국은행은 프로젝트 한강 1단계 테스트가 완료된 후 더욱 발전된 기능들을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후속 연구 계획:

  • 개인 간 송금 기능 추가
  • 더 다양한 디지털 바우처 프로그램 도입
  •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한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
  • 테스트 범위 확대 및 참여 기관 증가

중장기 과제:

  • 혁신 금융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2년 추가 연장 테스트
  • 범용 디지털화폐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 유지
  • 국제적 협력을 통한 크로스보더 결제 시스템 구축

 

3. CBDC의 장점들 – 왜 도입하려고 할까?

디지털화폐의 보급은 현금사용에 따른 도난 및 분실 위험을 줄이고 거래의 신속성 및 편의성은 높여 지급결제의 효율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카드 분실 걱정도 없어지죠.

금융 포용성 확대

은행에 대한 계좌개설이나 전자적 거래에 취약한 일부 금융소외계층에 대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는 효율적인 지급결제수단을 확보하게 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은행 계좌를 만들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수수료 절약과 정산 간소화

CBDC 기반 예금토큰 시스템은 기존 PG사나 카드사를 거치지 않아도 정산 가능하다는 점에서 카드 수수료·자금조달 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겠네요.

 

4. CBDC의 불편한 진실 – 우려되는 점들

하지만 그럼에도, CBDC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심각한 우려점들이 꽤 있습니다.

완전한 감시 사회의 시작

가장 큰 문제는 프라이버시입니다. CBDC는 현금과 같이 오프라인으로 쟁여둘 수 없다보니 어떤 방식으로 거래하든 기록이 무조건 남는다. 따라서 지하 경제를 조성하거나 비밀리의 거래를 할 수 없다는 특성이 있어요.

이게 왜 문제냐고요? 모든 거래 상황을 정부가 실시간으로 감시한다면 경제범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들을 감시하고 시민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 악용될 수 있고 개인의 거래내역을 다 들여다 볼 수 있기에 시민 개인의 행동과 주거양식 등 모든것을 유추하여 추적할 수 있고 그것은 민주적인 국가의 시민 개개인의 자유와 완전히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 모든 걸 다 알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이건 정말 무서운 일 아닌가요?

은행 시스템의 붕괴 위험

은행예금의 일부가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로 전환될 경우 민간의 은행예금 감소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대출여력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및 수익성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디지털 런(Digital Run)’ 현상입니다. 호주 준비은행(RBA)의 브래드 존스 부총재는 “만약 CBDC가 대중들 사이에서 선호 자산으로 떠오른다면 현재 은행 총자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저축 예금이 CBDC로 흘러 들어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대출 유동성 고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만약 이런 흐름이 장기화하면서 예금량이 계속 줄어들 경우,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중앙은행의 과도한 권력 집중

중앙은행이 모든 돈을 컨트롤할 수 있는 비교불가한 권력을 쥐어줘 정부 정책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확대시킬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합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돈을 동결하거나 사용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

니콜라스 앤서니 케이토 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코인테스크 기고문을 통해 CBDC로부터 실제 이익을 얻는 대상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CBDC의 혜택을 받는 대상은 중앙은행과 테크 기업, 그리고 로비스트 뿐이라고 얘기 했다네요.

CBDC는 잠재적으로 금융 포용성을 높일 수 있지만, 개인의 금융 거래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 및 금융 불안정 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5. 세계 각국의 CBDC 현황 – 엇갈리는 반응

적극 추진국: 중국과 유럽

중국인민은행에 의하면, 2022년 12월을 기준으로 중국의 CBDC인 e-CNY를 M0에 포함시켰고 유통량이 전체 법정 통화 대비 0.13%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한화 2.5조 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중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CBDC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EU는 회원국의 CBDC 도입을 위한 입법 준비에 착수하였으며, 영국은 디지털 파운드 도입 로드맵을 완성하였으나 도입 시기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요.

신중론: 미국의 입장 변화

흥미롭게도 미국은 CBDC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톰 에머 미 하원의원은 지난 2월 연준이 CBDC를 직접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CBDC 반감시법’을 발의했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두 달 전 성명을 통해 “미 정부가 금융 감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소매 CBDC 개발을 막기 위한 법안을 내놨다”며 “정부가 CBDC를 대중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어요.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국익 및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위해 원칙적으로 CBDC 발행을 금지할 것을 밝혔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6. 그럼에도 불구하고 – 향후는 어떻게 될까?

국제결제은행(BIS)의 연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중앙은행의 약 90%가 현재 CBDC의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현실을 보면, CBDC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급히 추진하기보다는 다른 나라의 논의 과정이나 도입에 따른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들

  1.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의 발전: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의 개인정보보호기술 강화, 오프라인 결제 등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의 발전을 지켜봐야겠어요.
  2. 규제와 법적 프레임워크: CBDC 도입 전에 개인정보 보호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3.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기존 은행 시스템과의 조화로운 공존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CBDC는 분명 편리함과 효율성을 가져다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금융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위협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해요.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은 이러한 CBDC의 실제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편의성에만 매몰되지 말고, CBDC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부의 과도한 감시 가능성,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들은 CBDC 도입 전에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지만, 그 기술이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CBDC 역시 마찬가지 이겠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편의성을 위해 감시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할 것인지… 이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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