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포스트에서는 금융권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레그테크(RegTech)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또 AML 보고서야? 이번 주만 벌써 세 번째네…”
금융권에서 일하시는 분이라면 이런 말,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매월 수십 건의 의심거래 보고서, 분기별 리스크 평가 보고서, 연말 컴플라이언스 점검까지. 정말 숨 쉴 틈이 없죠.
실제로 국내 대형 은행 한 곳의 컴플라이언스팀 직원들은 매달 평균 240시간을 각종 규제 보고서 작성에 쓰고 있다고 합니다. 한 달 근무시간의 절반 이상을 단순 반복 업무에 쏟아붓는 셈이죠.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바로 레그테크(RegTech) 때문입니다.
1. 레그테크, 정확히 뭐가 달라질까?
레그테크(RegTech)란 무엇인가?
레그테크(RegTech) = 규제(Regulation) + 기술(Technology)
레그테크(RegTech)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 분야에서 기술을 활용하여 규제 준수 및 리스크 관리를 자동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복잡하고 변화하는 금융 규제를 기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준수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레그테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금융 관련 규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준수하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사람이 하던 복잡하고 반복적인 규제 업무를 똑똑한 기계가 대신해주는 기술이죠.
레그테크는 다음과 같은 특징과 장점을 가진답니다!
자동화된 규제 준수: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규정 준수 과정을 자동화하고,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리스크를 식별하고 관리합니다.
비용 절감:
수동적인 규제 준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정확성 향상: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를 통해 오류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규제 위반으로 인한 손실을 예방합니다.
신속한 정보 처리:
변화하는 규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금융기관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다양한 활용 분야:
금융 분야 전반에서 활용 가능하며, 특히 자금세탁 방지, 사이버 보안,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핀테크 vs 레그테크, 뭐가 다른가?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시는 부분입니다:
핀테크(FinTech)
- 대상: 일반 고객
- 목적: 금융서비스 편의성 향상
- 예시: 토스, 카카오페이, 간편송금
레그테크(RegTech)
- 대상: 금융회사 내부
- 목적: 규제 준수 업무 효율화
- 예시: 자동 의심거래 탐지, AI 보고서 작성
레그테크의 두 얼굴: 컴프테크 vs 섭테크
레그테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컴프테크(CompTech)
-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 기술(Technology)
- 금융회사가 규제를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
- 예시: 은행의 AML 시스템, 증권사의 투자자 보호 시스템
2. 섭테크(SupTech)
- 감독(Supervision) + 기술(Technology)
- 금융감독원 같은 규제기관이 감독업무에 사용하는 기술
- 예시: 실시간 금융회사 모니터링, AI 기반 검사시스템
레그테크의 진화 과정
1세대 (1990년대~2000년대)
- 단순한 전산화 수준
- 예: 엑셀을 데이터베이스로 바꾸기
2세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 규제가 복잡해지면서 시스템 도입
- 예: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
3세대 (현재)
- AI, 빅데이터로 예측 가능한 단계
- 예: “이 거래가 의심거래일 확률 85%”
진짜 현실: 컴플라이언스 업무의 실상
먼저 현실부터 직시해보겠습니다. 금융감독원은 2019년 공시 의무위반 관련 전년 대비 129.2% 증가한 총 149건을 조치하였으며, 그중 과징금으로 8.4억 원을 추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외국환거래 법규 위반 관련 행정제재 부과 건수의 경우 2016년 567건에서 2017년 1,097건, 2018년 1,279건으로 부과 건수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 담당자 1명이 하루 평균 50-100건의 거래를 수작업으로 검토
- 규제 변경사항을 일일이 확인하고 매뉴얼 업데이트
- 의심거래 적발 → 보고서 작성 → 승인 → 제출까지 평균 3-5일 소요
레그테크가 바꾸는 것들
Before (기존 방식)
- 의심거래 발견: 담당자가 하루 종일 거래내역 검토
- 보고서 작성: 워드/엑셀로 2-3시간씩 수작업
- 검토 과정: 팀장-부장-본부장 단계별 승인으로 며칠 소요
After (레그테크 도입 후)
- 의심거래 발견: AI가 실시간으로 자동 탐지 및 알림
- 보고서 작성: 템플릿 자동 생성 후 5분 내 완성
- 검토 과정: 시스템 내 원클릭 승인으로 당일 완료
2. 실제 도입 사례로 보는 효과
사례 1: DBS은행의 ‘CRUISE’ 시스템
DBS는 AI 거래 감사 플랫폼 ‘CRUISE’를 구축해 위험거래를 정확히 식별하고 담당직원의 의심거래 분석업무를 지원하여, 불법거래를 빠르게 적발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구체적 효과:
- 의심거래 탐지 시간: 24시간 → 5분 (99% 단축)
- 오탐률(False Positive): 90% → 15% (정확도 크게 향상)
- 담당자 업무시간: 일 8시간 → 일 2시간 (75% 절약)
사례 2: 신한은행의 통합 레그테크 시스템
신한은행은 국내외 규제대응 및 보안점검 현황 등 규제 관련 내역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하고, 매뉴얼, 규제 교육, 개인정보 현황, 보안점검, 전산관리대장 등을 관리하는 정보보호 레그테크 시스템을 적용해 규제를 통합 관리하고 있습니다.
도입 전후 비교:
- 규제점검 소요시간: 월 80시간 → 월 20시간
- 보고서 오류율: 15% → 3%
- 규제변경 대응속도: 평균 2주 → 평균 3일
3. 우리나라 레그테크 현실과 기회
정부의 적극적 지원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 규제준수를 지원하기 위해 2018년 ‘레그테크 발전협의회’를 출범시켰고, 금융위원회가 주관한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0″에서는 레그테크가 특별세션으로 선정되는 등 금융기관을 넘어 금융당국에서도 주도적으로 레그테크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금융보안원 레그테크 포털의 실질적 도움
금융보안원은 금융회사의 금융보안 관련 규제준수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금융보안 레그테크(RegTech) 포털을 개편해 6월 1일부터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실질적 서비스:
- 법령-규제 스마트 연계: 관련 규제를 한 화면에서 확인
- 컴플라이언스 캘린더: 월별 규제 일정 자동 알림
- 규제 변경사항 푸시 알림: 카카오톡으로 즉시 전달
시장 성장과 투자 현황
글로벌 레그테크 시장은 2024년 158억 달러에서 2025년 196억 달러로 성장하고, 2032년까지 827억 7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이 22.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에서도 관련 투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 2022년: 약 500억원
- 2023년: 약 800억원
- 2024년: 약 1,200억원 (추정)
4. 금융권이 주목하는 핵심 기술들
AML(자금세탁방지) – 가장 시급한 영역
기존 방식의 한계:
- 담당자가 수작업으로 거래패턴 분석
- 하루 수천 건의 거래 중 의심거래 찾기가 ‘바늘 찾기’
- 늦은 발견으로 인한 대형 금융사고 위험
레그테크 솔루션:
- AI가 실시간으로 이상 패턴 탐지
- 과거 데이터 학습으로 새로운 유형의 세탁 방식 예측
- 자동 보고서 생성 및 관계기관 전송
KYC(고객신원확인) – 디지털 혁신의 핵심
기존 방식:
- 고객이 은행 방문해서 서류 제출
- 담당자가 일일이 신분증 확인 및 전화 인증
- 개설까지 평균 3-5일 소요
레그테크 혁신:
- 생체인식 기술로 5분 내 신원확인
- 블록체인 기반 신원정보 공유로 중복 인증 불필요
- 24시간 언제든 비대면 계좌개설 가능
실시간 거래모니터링
실제 적용 예시:
기존: 의심거래 → 다음날 발견 → 보고서 작성 → 3일 후 신고
레그테크: 의심거래 → 즉시 알림 → 자동 분석 → 30분 내 신고
5. 2025년, 레그테크는 어디까지 발전할까?
예측 가능한 변화들
AI 기반 예측 시스템:
- “이 고객이 다음 달에 의심거래를 할 확률: 75%”
- 사전 예방 중심의 컴플라이언스로 전환
실시간 규제 업데이트:
- 새로운 규제 발표 → 30분 내 시스템 자동 업데이트
- 담당자는 변경사항만 확인하면 끝
완전 자동화된 보고 체계:
- 의심거래 발생 → AI 분석 → 자동 보고서 생성 → 관계기관 전송
- 사람의 개입 없이 전 과정 자동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RegTech as a Service (RaaS):
- 중소 금융회사도 대형은행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이용
- 월 구독료로 부담 없이 도입 가능
우리나라도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의 시행으로 트래블 룰(Travel Rule) 적용이 의무화됨에 따라 자금세탁방지시스템(AML)과 같은 레그테크를 활용한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
- 규제는 더욱 강화될 예정 – 늦을수록 따라잡기 어려움
- 경쟁사들의 빠른 도입 – 먼저 도입한 곳이 경쟁우위 확보
- 인재 확보의 어려움 – 컴플라이언스 전문가 구하기 점점 어려워짐
레그테크는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기술이 아닙니다. 금융회사의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매일 밤 12시까지 규제 보고서 작성하며 지쳐가는 금융회사 직원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이제 레그테크로 해결할 때입니다. 이상으로 레그테크에 대한 포스트를 마치겠습니다. 🙂